신 마가 선교사(볼리비아)

하나님의 은혜로 시작하고 운영하게 된 작은 음식점에서 룻 동역자는 필요한 음식 재료를 후원하는 역할을 하고, 마르코 쥬니어는 음식점의 관리를 맡고 있다. 나의 역할은 필요한 식재료를 시장에서 구입하여 공급하는 일이다. 그래서 일주일에 두서너 번 작은 시장 혹은 큰 시장에 가서 재료를 산다.

과거 종합 시장에서 작은 옷 가게를 운영한 적이 있었다. 거의 20여 년 전이다. 작은 가게를 세로 얻어서 거기서 나오는 수입으로 월 방세를 내고, 가겟세를 내고, 한 달을 그렇게 생활하면 손에 남는 돈이 없다. 그래서 마치 하루를 벌어 살면 내일 살 것을 걱정해야 하는 삶이었다. 자본금도 없는 상태에서... 아무런 내일의 기대, 미래의 희망을 바라볼 수 없는 암울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벼랑 끝에서 사는 삶과 같았다. 가끔 방을 정리하다가 나오는 그 당시에 찍은 사진을 보면 마치 탈북자를 방불케 한다. 볼은 깊이 패이고 초췌함에 삶의 깊은 짐에 눌려 수심이 가득한 모습이다.

그나마도 그런 일정한 작은 수입원이었던 옷 가게는 중국 상인들에게 눌려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 의류 회사들이 중국에서 생산하니, 대형으로 큰 자본과 적은 가격으로 한국 옷을 중국에서 들여와 장사하니 전혀 경쟁이 되지 않았다.

음식점 재료를 사러 다니는 시장 곳곳은 과거의 그런 아픔의 기억과 장면들을 떠오르게 하는 순간들이기도 하다. 선교사로 부르신 하나님의 부르심을 참 여러 번 회의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참 오랫동안 아픔의 터널 속에서 깊이 헤맸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디가 길인지, 이 터널의 끝은 어디일지, 과연 그 끝이 있을지, 그리고 나에게도 빛은 비출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하나님은 너무나 멀리 계신 것 같았다.

그런 절망의 끝에서 하나님은 조금씩 빛을 비추어 주셨다. 한 지인 선교사님의 고백처럼 닫혀 있었던 성경 속 진리들이 어둠을 뚫고서 조금씩 작은 빛을 비추며 내게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하나님, 제게도 소망이 과연 있는 것입니까? 그렇게 오랫동안 침묵하시던 하나님께서는 글자가 아닌 살아있는 음성이 되어 나에게 다가오셔서 산 음성을 들려주기 시작하셨다. 몇 날 며칠을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굶주려 허기질 대로 허기진 사람이 마치 쓰레기통에 담긴 그 어떤 음식일지라도 허겁지겁 먹듯이 그렇게 하나님의 말씀을 먹기 시작하였다. 때로는 울면서, 통곡하면서, 그렇게 하나님의 말씀은 내게 글이 아닌 생명으로 다가오셨다. 어떤 때는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목이 메어서 더 이상 읽어 나갈 수가 없던 때도 있었다.

하나님의 말씀이 사역을 섬기기 위한 수단이나 도구가 아닌 그 자체가 생명이요 중심이 되면서부터 나의 선교사의 삶은 영적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엄청난 사역을 섬기고, 엄청난 수입의 물질 자립을 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식과 논리적인 이해에서가 아니라, 말 그대로 하나님의 말씀 그 자체가 사역 자체가 되었다. 말씀을 먹고 배우고 소화하고 나누는 그 자체가 중심이 되었다. 하나님의 말씀 속에서 하나님의 뜻이 진정으로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고, 영적 가족관, 영적 교회관, 영적 지도력 등 숱한 의문점과 의구심들이 성경을 통해서 해결되었다.

과거의 그런 아픔의 흔적들은 하나님이 들려주시는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과 더불어 그 속에서 은혜의 흔적이 되어 나의 내면에서 변화되어 가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늘 묵상하며 나의 선교사 삶에 위로와 방향을 제시해 주는 말씀 중의 하나가 고린도후서 1:3-6의 말씀이다.

“찬송하리로다 그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이시요 자비의 아버지시요 모든 위로의 하나님이시며 우리의 모든 환난 중에서 우리를 위로하사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께 받는 위로로써 모든 환난 중에 있는 자들을 능히 위로하게 하시는 이시로다 그리스도의 고난이 우리에게 넘친 것 같이 우리가 받는 위로도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넘치는도다 우리가 환난 당하는 것도 너희가 위로와 구원을 받게 하려는 것이요 우리가 위로를 받는 것도 너희가 위로를 받게 하려는 것이니 이 위로가 너희 속에 역사하여 우리가 받는 것 같은 고난을 너희도 견디게 하느니라”(고후 1:3-6).

과거 아픔의 중심에 있을 때, 단지 생존을 위해 하나님께 간구하였다. 그리고 그 당시는 거기에 담긴 하나님의 뜻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러한 아픔을 겪는 영혼들의 위로자로 세우시는 하나님의 은혜의 손길을 보게 된다. 마치 나에게만 하나님께서 유독 이렇게 차갑게 대하시고, 깊은 고난을 주시는 것 같아 늘 하나님께 미안한 마음을 가진 적이 있었다.

음식점 재료들을 사러 가는 그 분주한 시간, 시장을 지나면서 아픔의 흔적을 은혜의 흔적으로 바꾸시고, 아픈 영혼들을 치료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젖는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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