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양숙(일리노이)


“이게 누구야!”?
“안녕하세요, 예영이 왔어요.”

세라(한국 이름 예영)가 틴에이저로 보이는 흑인 학생과 함께 가게에 들어서며 서툰 한국말로 반갑게 인사한다. “이게 얼마만이야,  잘 지냈어?”

서로의 안부를 묻는데 요한과 비버리도 뒤이어 들어온다. 요한을 통해 가끔 세라의 소식을 듣긴 했지만 얼굴을 보니 무척이나 반가웠다. 요한이 새 식구를 소개해 주고 싶어 왔다며 한눈에도 무기력해  보이는 흑인 학생에게 인사를 시킨다. 써맨다라고 자기를 소개하더니 이내 입을 닫아 버린다. 괜히 마음이 쓰인다. 

세라는 몇년 전만 해도 스물 일곱 청춘을 마약에 지배 당하며 허물어져가는 인생과 힘겨운 싸움을 했다. 요한과 세라는 우리 가게 손님이었다. 세라가 마약을 극복하려고 힘겹게 몸부림치던 때에 바로 이곳에서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요한이 디렉터로 일하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마약 극복 프로젝트에 참여한 세라는 그 지긋지긋한 마약에서 드디어 해방될 수 있었다. 

지금 세라는 요한을 도와 상처입은 치유자로서 마약 극복 프로젝트 사역을 통해  과거의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마약의 노예가 된 이들을 상담하며 돕고 있다.

세라는 써맨다를 이 프로젝트에서 만났고, 지금은 써맨다의 위탁모가 되어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또 하나의 기둥을 세우는 중이라며 요한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다.

요한이 세라에게 그랬던 것처럼, 세라도 마약 극복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써맨다의  삶에 예수 기둥 하나를 세우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써맨다의 엄마는 써맨다의 출생조차 안중에 없을 만큼 심한 마약중독자였는데, 써맨다가 다섯 살때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길거리에 방치된 써맨다를 시설에서 데려다 키웠지만,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해서 위탁 가정을 찾기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시설과 병원, 위탁가정을 전전하던 써맨다를 세라가 데려와 6개월째 함께 살고 있다.

세라가 써맨다를 데려오게 된 사연이 감동적이다. 삶의 의지가 없어 보이는 써맨다의 눈동자에서 어느날 세라는 예수님의 눈물을 보았고 그냥 함께 울었을 뿐인데, 써맨다는 세라에게  곧잘 자신을 열어 보였다고 한다. 써맨다를 데려오기 위해 기도하던 세라에게 작은 음성이 들렸다고 한다. “써맨다를 위해 나는 네 손이 필요하단다.”

이 음성에 이끌려 세라는 기도하던 무릎을 세워 그 길로 요한을 찾아가 써맨다의 위탁모가 될 수 있을지 의논했다고 한다. 요한과 그의 아내 비버리는 써맨다의 출생부터 잘 알고 있었고, 빈번한 발작성 돌발 행동 때문에 맡아줄 위탁 가정이 없다는 얘기도 들려 주었다.

세라는 걱정되긴 했지만 기도한 대로 살아냈을 때 경험한 은혜가 있어 써맨다를 데려왔다. 날마다 긴장하며 살고 있지만, 최근에 써맨다에게 일어나는 작은 변화들 때문에 흥분되기도 한다.

시키는 일 외에는 뭘 하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었던 써맨다가 얼마 전 피아노 건반을 만지작거려서 배워 보고 싶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처음으로 의사 표시를 하더란다.

이제 배운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써맨다는 피아노에 집중하고, 스스로 연습하고, 오래 앉아 있다고 한다. 써맨다만의 유일한 피아노 세상이 있어 세라는 안심이다. 모두가 세라의 얘기에 집중하고 있는데, 써맨다가 지루했는지 주기도문 찬양을 흥얼거린다. 목소리가 너무 예쁘다고 칭찬하자, 세라의 뒤로 숨으며 부끄러워한다. 세라와 요한, 비버리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뜬다. 써맨다의 노랫소리를 처음 들어본다며 하이파이브를 하며 격려한다.

또 한 번 기도한 대로 살아내어 ‘써맨다’라는 응답을 받은 세라! 기도가 현실이 되도록 눈물 흘리며 노력했을 세라! 

한때 고장난 피조물이었던 세라의 손을 빌려 주님은 써맨다를 회복시켜 주신다.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유일한 통로가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인간 동료임을 깨닫는다.

천국은 죽어서만 가는 것일까!?
여기 이렇게 생생히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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