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시작은 다른 사람의 하인이 되겠다는 다짐이고"

박준형 칼럼니스트(캐나다)


신앙의 시작은 다른 사람의 하인이 되겠다는 다짐이고 신앙의 끝은 다른 사람이 나의 하인이 되도록 허락하는 것이다.

개인주의화된 세상이 우리에게 알려준 가장 큰 교훈은 절대로 남에게 부탁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가 교회 안에서도, 신앙 안에서도 팽배하다. 그래서 자기가 힘들어도 죽을 병에 걸려도 남에게 이야기를 안 한다. 도와달라는 요청을 하기가 죽기까지 싫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자기 교만이다. "너희들이 나의 고통을 알면 어떻게 할 건데?"라는 무서운 가정이 인식의 저편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의 신앙이 만약, 안셀름 그륀 신부가 말한대로, 아래로부터의 영성이라면,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하나님이 우리를 만나러 직접 내려오신다는 믿음이라면, 우리는 신앙의 연수가 쌓이면 쌓일수록 더욱 더 비참해지는, 대단히 의식적으로 겸손해지는 연습을 해야 한다.

자기를 지우는 연습. 자기를 내려놓는 연습. 자기를 부인하는 연습. 

이러다보면 깨닫고 만나는 지점이 하나 나오는데, 이건 남에게 자신의 비참한 처지를 알리는 것이고, 낯선 이들에게까지 자기를 위한 기도를 부탁하는 것이고, 급기야는 그들이 자신을 도우러 올 때 그들을 두 팔 벌려 받아들이고 감사하는 것이다. "나의 하인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이제 하인이 되고 또한 다른 하인을 받아들인 이 사람이 신앙의 완성을 경험하면서 이런 노래를 부를 것 같다. 

"친구여, 내가 당신의 하인이 되게 허락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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