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성환 목사(PMI 바울사역원 대표)음주가무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놀이’에 무엇이 있을까? 올해 요즘 세대들은 잘 하지 않는 놀이를 많이 했다. 바로 윷놀이다. 한 청년의 제안을 받았을 땐 시큰둥했는데 일단 시작하니 경쟁심과 승부욕이 작용하며 빠져들었다. 분위기 메이커가 던지는 가벼운 말과 맞장구치는 반응들이 재미를 살렸고 의지나 실력과는 상관없이 나오는 결과에 따른 긴장과 안도감, 그래서 더 중요한 말쓰기를 놓고 벌이는 두뇌 게임, 잡고 잡히는 일, 패색이 짙다가도 사리를 몇 번 하여 판세가 바뀌는 역전의 묘미
곽성환 목사(PMI 바울사역원 대표)B.C. 8세기경 남유다는 사면초가, 풍전등화의 위기 속에 있었다. 남북 분열의 시대 또 다른 야곱이 후손이었던 북이스라엘은 시리아와 손잡고 남유다를 공격하려 했다. 혼자만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웠던 남유다는 외교 전략을 총동원해 이 위기를 극복하려 했다. 얼마 후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새로운 절대강자로 떠오른 앗수르가 서진 정책을 펼쳤고 시리아와 두로와 시돈을 차례로 점령했다. 이어서 기수를 남쪽으로 돌린 앗수르는 북이스라엘의 수도 사마리아를 함락시키고(B.C. 722년) 이집트까지 진군하려고 했
곽성환 목사(PMI 바울사역원 대표)친구 목사님 두 명과 함께 가을 소풍을 다녀왔다. 유난히 덥고 지루했던 여름과 작별식을 하고 싶었다. 산마루에서부터 시작될 나뭇잎들의 변화에 남보다 먼저 인사할 겸 찾아간 곳은 오리건에서 가장 높은 후드 산, 해발 3.500미터나 되는 고산이라 한여름에도 꼭대기에는 눈이 남아 있다. 산중턱에는 계곡을 따라 흘러내린 물이 고여 만들어진 커다란 호수(트릴리움 레이크)가 있는데,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물이 맑고 발을 담그기 어려울 정도로 차갑다.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 구워 먹는 삼겹살과 입가심이
곽성환 목사(PMI 바울사역원 대표)커피 내리는 물 온도를 86도로 하느냐 90도로 하느냐를 놓고 언쟁을 벌이다가 커피 클래스를 탈퇴했다는 어떤 이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1도가 뭐 그리 중요한가 싶지만, 어느 순간 어느 현장에서는 그게 절대적으로까지 느껴지는 경우가 있나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 일 아닌데 당시엔 왜 그렇게 죽기 살기로 싸웠나 후회되는 일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소한 일에 목숨 걸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새삼 다가옵니다. 사소하다, 작다는 말은 크기가 아니라 의미와 중요도의 문제일 것입니다. 때문에
곽성환 목사(PMI 바울사역원 대표)어느 나라 식당에서든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육류 메뉴 세 가지는 소고기, 돼지고기 그리고 닭고기다. 그 중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육되고 도축되는 동물이 닭이라고 한다. 동양에선 십이간지 중 유일한 조류가 닭이다. B.C. 1500년 경부터 가축화되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성경에서 베드로는 새벽 닭의 울음소리를 듣고 자신의 연약함과 잘못을 발견하고 통한의 눈물을 흘린다. 닭은 생각보다 오래 산다. 약 15년 정도까지. 인간을 위해서 너무 일찍 희생당하는 대표적인 동물이다. 옆집에 자극을 받아 닭
곽성환 목사(PMI 바울사역원 대표)“에고~ 어쩌지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사장님은 내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더니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도색 작업을 마친 자동차 범퍼 부분에 내가 들고 있던 드라이버 끝이 닿아 1피트 정도의 선이 그어졌습니다. 다 된 밥에 코 빠뜨린 격이 되었으니 정말 김이 샐 노릇입니다. 나는 나대로 가슴이 철렁했고 사장님은 사장님대로 기가 막힌 듯했습니다. 순간적으로 화가 올라오는 것과 그것을 애써 짓누르는 모습이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이내 한숨을 길게 쉬더니 긁힌 곳의 상태를 자세히 보
곽성환 목사(PMI 바울사역원 대표)대부분의 지역이 마찬가지겠지만 오리건 주의 봄도 씨 뿌리는 계절입니다. 대형 마트에는 텃밭 농사꾼들과 관상가들을 위한 종묘 시장이 특별 오픈합니다. 다년생 또는 일년생 화초들로 채워진 화분들이 즐비하고, 식구들의 먹을 거리가 될 채소의 모종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뭔가를 심거나 사다가 창가에 놓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조바심이 들 정도입니다. 홈가드닝의 전문가란 소릴 들을 수 있다는 설레임이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올해에도 상추며 들깨며 쑥갓 등의 씨앗을 사다가 물 뿌
곽성환 목사(PMI 바울사역원 대표)요즘 사람들을 만나면“날씨가 예전하고 다르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4월 11일, 내가 사는 포틀랜드에 눈이 왔다. 5월이 되었는데 어떤 날은 밤 기온이 40도까지 내려간다. 봄철 채소 종자를 뿌렸거나 모종을 사서 텃밭에 심었던 사람들이 추운 날씨로 인해 싹이 나지 않았다거나 막 올라온 싹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우리집 화단의 튤립도 몸고생을 심하게 했다. 몇일 화창한 날씨를 믿고 활짝 피었다가 갑자기 내려간 기온 탓에 풀이 죽어 흐느적거리더니 끝내 목을 떨구고 말았다. 피해를 입지 않는 방
얼마 전에 치른 한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를 놓고 미국인들이 논쟁을 벌이다가 싸움 일보 직전까지 가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이재명과 윤석열이라는 두 후보에 대해서 아는 것들이 많았고, 한국의 정치 현실과 미래에 대해서 평론가 수준의 관심과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생각에 대한 신념도 확고했다. 신념은 중요하지만 커뮤니케이션에서는 큰 장애가 되기도 한다. 말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경청하거나 공감하는 걸 패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신념이 강한 사람들끼리 만나면 싸움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두 사람은 같은 교회에 다니고 있었고 같은
곽성환 목사(PMI 바울사역원 대표)온 동네 떠나갈 듯 울음을 터트리며 인생은 시작됩니다. 신동 소리까지 들으며 영아기를 보낸 아이는 부모에 대한 절대 의존의 시기를 지나면서 점차 바깥세상을 경험합니다. 비슷하게 생긴 타생명체를 접하며 반가움을 느끼지만, ‘특별한 사람’이 자신만이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게다가 ‘삶’이란 저절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죽음과 싸워 이긴 자에게 주어지는 상품(賞品) 같은 것이라는 것, 때로는 제한된 기회를 놓고 같은 종족과 치열하게 경쟁해서 이긴 자들에게만 주어지는 전리품 같은 것이라는 냉엄한
곽성환 목사(PMI 바울사역원 대표)중학교 때의 일입니다. 학교 친구들이 돌려보던 도색잡지의 그림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어깨 너머의 일이었지만 그런 세계의 첫 경험이었습니다. 속이 메스꺼웠고 불결, 타락, 죄, 말세 등의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친구들을 벌레 보듯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로부터 얼마 후 그런 그림 몇 장이 집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찢겨진 채 태워지기 직전의 상태로요. 어찌된 일이냐구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리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던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들로부터 몇 장의 사진을 얻
우리는 성탄절 인사와 새해 인사를 함께 합니다.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거나 자정 불꽃놀이를 한 지 열흘하고도 수일이 지났습니다. 새 마음으로 새해를 잘 시작하셨는지요? 마음 먹은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뜻대로 되지 않아도 낙심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 새해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음력으로 시간을 계산하는 문화권의 사람들이지요. 우리가 설날이라고 부르는 그날이 올해는 2월 1일입니다. 또 한 번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문자들이 카톡방을 요란하게 만들겠지요? 유대인들의 새해 명절 로쉬 하샤냐(Rosh HaShana
곽성환 목사(PMI 바울 사역원)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에 어느 계산대의 대기자가 가장 적은가 하고 두리번거렸다. ‘옳거니.’ 적당한 곳이 눈에 띄자 재빠르게 다가갔다. 앞사람의 계산이 끝나서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가려는데 직원이 단호하게 말했다. “줄을 서세요” 아차, 마음이 급해서 앞만 보고 가느라 옆에 선 세 명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부끄러움은 온전히 나의 몫. 질서는 편하고 빠르고 아름다운 것이라던 공익광고 문구가 떠올랐다.한국은 대통령 선거의 계절이다. 각 진영마다 준비팀이 구성되고, 전략을 세우고,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온
곽성환 목사(PMI 바울사역원 대표)11월하고도 중순, 10월 마지막 날에 쏜살같은 시간의 흐름을 논하며 남은 두달을 의미있게 보내자고 지인들과 다짐했다. 하지만 지난 보름여의 시간 속에서 어떤 의미와 어떤 열매가 있었는지 손에 잡히는 것은 없다. 이러다 올해도 훌쩍 가버리겠구나 하는 생각뿐이다.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 차가운 공기에서 느낄 수 있고 나무와 숲의 변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나둘씩 떨어지던 형형색색의 나뭇잎들은 바람이 불자 우수수 날아 내려 앉고, 숨어 있던 가지들은 끝에서부터 맨살을 드러내고 있다. 내가 사는 지역
곽성환 목사(PMI 바울사역원 대표)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있었던 나는 휴대폰 진동 소리에 전화기를 들여다보았다. 모르는 번호였다. 여러분이라면 받겠는가? 나는 이름이 저장되지 않은 번호의 전화는 받지 않는다. 열에 아홉은 스팸 전화이기 때문이다. 잘못 걸려온 전화인 경우도 많다. 꼭 필요한 전화인 경우도 있지 않겠느냐고? 그런 경우에는 메시지를 남겨 놓기에, 나중에 리턴콜을 하는 방식으로 소통한다. 그런데 그날은 괜히, 그냥 괜히 전화를 받았다. 지금도 의아하다. 전화기를 귀에 갖다 댔지만 입은 한 박자 늦게 열렸다. 헤엘~로우?
곽성환 목사(PMI 바울사역원 대표)그는 중동 사람답게(?) 턱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마른 체격이었지만 이목구비만으로도 충분히 출신 지역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함께 온 아내는 히잡을 쓰고 있었다. 난민이나 이주 근로자 가족이 아니라 공부하러 온 유학생인데도 여전히 히잡을 쓰고 생활하는 것을 보니 전통 의식과 종교성이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 살면서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내가 이들과 정말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을까?’ 의지만으로 다가가기에는 정서적 이질감과 선입견이 큰 장애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곽성환 목사(PMI 바울 선교원)가족간의 성범죄, 정확하게 말한다면 이복 오빠가 여동생을 강제로 추행, 강간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원치 않는 관계를 갖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직후에 모욕적인 말과 함께 버림받은 여동생은 충격과 아픔에 그저 울기만 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친오빠는 분개했지만 그 역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힘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습니다. 기가 막힌 것은 내막을 알게 된 아버지가 잠시 역정을 냈을 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남편의 바람을
“아직도요? 저런!” 주일 예배 설교부탁을 받으며 대화하던 중에, 주차장에서 예배하고 있다는 설명에 안타까운 마음과 대단하다는 마음 두 가지가 동시에 떠올랐습니다. 몇 개월 전 방문했을 때 받은 감동이 다시 올라왔습니다. 미국 교회 건물을 빌려서 예배 드리고 있던 이 교회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그 동안 건물 실내를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대면예배를 드릴 수
하나, 집 근처의 커뮤니티 파크에서 아침마다 산책을 한다. 나처럼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는 사람, 달리기나 조기 축구 등 운동을 하는 사람, 잔디를 깎는 사람 등 이른 시간이지만 늘 사람들이 있다. 파크에 나가는 시간대가 비슷해 거의 매일 보게 되는 사람이 있다. 백팩을 멘 중년의 백인 남자인데 간편한 옷차림에 멋진 저먼 셰퍼드와 함께 나타난다. 그런데
제가 뒷마당으로 나가면 옹기종기 모여 있던 닭들이 뒤뚱거리며 우르르 달려옵니다. 나 때문이 아니라 먹이 때문이라는 것을 알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습니다. 굳이 둘을 구분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일할 때에는 깃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와서 어슬렁거립니다. 손을 내밀면 한참 생각하다가 두 팔사이로 슬금슬금 들어옵니다. 품에 안고 몸을 쓰다듬으면 “사람 품에 안긴 어